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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선생님 영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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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진 작성일 21-08-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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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선생님 永訣 弔辭>


 존경하고 사랑하고 그리운 이수인 선생님!
 무정한 세월이 선생님을 데려가 슬프고 아쉬운 이별의 자리에 섰습니다.
 어느 때 제가 쓴 글에서 ‘음악이 삶이고 삶이 곧 음악이었다’라는 말과 누군가 붙여준 ‘동양의 슈베르트’란 명칭이 선생님의 일생을 함축하는 표현이 되어 선생님의 유고를 알리고 있습니다.
 타고난 음악적 천재성과 열정과 혼을 쏟아부어 탄생시킨 노래들은 한 곡 한 곡이 대표곡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명곡들이기에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으며, 삭막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속에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서정의 강물이 흐르게 함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예술을 통해 무관의 제왕이 되신 이수인 선생님! 
 당신께서는 생전에 사람을 대함에 빈부귀천, 지위고하를 차별하지 않는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셨기에 성산동 문턱은 아주 낮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아 선생님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가장 사랑받고 친근한 사이라고 생각하며 그 향기 속에 기쁨과 행복을 누렸습니다. 특히나 선생님께서 동요의 맥을 이어가기를 바라시며 애정을 쏟은 파랑새창작동요회 회원들은 음악계에서 이수인 가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평소의 가르침과 뜻을 받들어 온 것으로 압니다. 또 선생님 가곡에 감동받아 매월 성산동 카페에 모여 노래를 불러온 회원들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 일원임을 자부하며 살아오면서도 애정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행여 그늘을 지울세라 늘 농사로 바쁜 ‘고향의 외삼촌’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선생님을 모셔왔습니다.

 동요와 가곡을 아울러 우리 음악계의 큰 별로 살아오신 이수인 선생님!
 지금 모든 방송과 신문은 물론 선생님의 노래로 감동받고 위로받으며 살아온 낯모르는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선생님의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조문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돌아오실 수 없는 먼 길 떠나시면 누가 있어 그 빈자리를 메워갈지 막막하지만 藝香千年이란 말처럼 남겨놓으신 명곡들이 천년을 이어 갈 것이니 노래가 나오는 곳마다 선생님이 계실 것을 믿으며 이별의 슬픔을 달래려 합니다.
 떠나시는 때가 하필 코로나로 엄혹한 때임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애통해 하며 울고 갔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마지막 조문객은 바로 ‘고향의 노래’를 작사한 김재호 선생님이셨습니다. 힘든 몸으로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부산에서 올라오신 옛친구가 울고 가시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감사하고 은혜로우신 이수인 선생님,
 가시는 마지막 시간까지 후배, 제자들에게 예술의 힘과 긍지를 알게 해 주시고 가심에 깊이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저희들 선생님을 잊지 않고 기리며 따르겠습니다. 이제 지상의 별을 떠나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밝게 비추어 주십시오. 또 ‘산뜻한 초사흘 달’에도 ‘만월’ 속에도 어리어 주십시오. 그리울 때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며 선생님 모습 떠올리겠습니다.
 차마 보내드리기 아쉽지만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의 큰 가르침을 믿으며 보내드리오니 먼 길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이수인 선생님~
 
                                          2021년 8월 25일  朴水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