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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문 선생님 추모음악회 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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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진 작성일 09-01-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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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옷을 입은 겨울나무 한 그루와 바람소리
생전의 웃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듣는 노래 하며
엄기원 선생님의 추모시와 임부웅 선생님의 하모니커 반주에
박찬홍 선생님이 부르는 겨울나무
어찌 고인의 영혼인들 반겨하지 않았으리.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 노래는 또 어떠하였던지요
거기다 제자인 조원경 님의 회고와 아픔의 편지는
모든 이의 눈시울을 적셨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답니다.
나무는 많지만 갈수록 기댈 나무는 귀해서인가
겨울나무, 아니 고사목이 된 옛스승의 향기가 그리운
눈믈과 감동의 밤에
지난해 아프게 썼던 저의 졸시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나무를 찾아서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나 또한 식물성 체질로 나무와 벗하기를 즐겨
이 나무 저 나무 찾아가 그 아래 서기를 좋아했더니
뭇사람들 칭송해 온 실상과는 너무도 달라
서글피 돌아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네
독야청청 소나무 풍모와 그 기골 가상해도
숲속 벗 하나 제대로 곁에 두지 못하고
절개 굳다는 대나무도 그 귀가 너무 얇아
지나는 바람 품은 참새로 종일을 소란 속에 살며
천년 넘은 나무들도 근엄은 하되 자상함이 없으니-
멋없이 키만 자라 허장성세하는 것들은 또 어떻고
그야말로 재승박덕 아니면 유명무실에 지나지 않아
이제 남은 희망은,
백석 시인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말한
추운 북방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찾아보거나
이른 봄 제 몸의 육수 다 내어주고도
신음없이 살아가는 저 남녘의 고로쇠나무를 찾아가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차라리
고산 지대에서 흰 눈 얼음 뒤집어쓰고
죽어 천년을 산다는 고사목枯死木에나 기대어 볼까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