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에서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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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진 작성일 14-05-08 14:42본문
단원에서 띄우는 편지
이곳 단원은 숨죽인 흐느낌뿐인데
오월의 초록물결 저 혼자 눈부셔 야속하게 보입니다.
분향소 가는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이팝나무들
흰쌀밥 고봉으로 떠 놓고 기다리지만
밥먹을 아이들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저 어린 꽃송이들
친구들 가슴에 추억을 남기고
엄마들 가슴에 아픔을 묻어두고
지금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의 배를 타고 삼도내 건너
더는 부끄러운 어른들, 추악한 마피아가 없는
깨끗한 하늘나라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국화꽃 무덤 양쪽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위한 빈자리가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물결처럼 넘치는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
“우리가 죄인이다. 어른들을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목을 내밀며 외쳐보지만 모두가 너무 때늦은 회한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여기서는 휴대폰 벨소리 소음 들리지 않고
인증샷 올리는 경박한 사람 하나 없어
슬픔의 무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의 가치를 가르쳐 주며
머리 숙인 참회와 마음으로 전해지는 위로의 표정들로 하여
이제사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대한민국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선물입니다.
염치없이 바라기는,
아직도 이땅 위에 남아있는 선한 눈빛과
두 손 모은 그들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하늘나라로 가는 아이들과 몸부림치는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가여운 영혼들에게
그리고 슬픔에 잠긴 그대에게
글쓰는 일조차 사치가 될까봐 그늘에 숨어 편지를 띄웁니다.
- 2014년 5월 5일 안산 단원에서 朴水鎭 합장
<추신> 분향소 입구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마스크를 한 채 힘든 몸으로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통해 원혼을 달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곳 단원은 숨죽인 흐느낌뿐인데
오월의 초록물결 저 혼자 눈부셔 야속하게 보입니다.
분향소 가는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이팝나무들
흰쌀밥 고봉으로 떠 놓고 기다리지만
밥먹을 아이들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저 어린 꽃송이들
친구들 가슴에 추억을 남기고
엄마들 가슴에 아픔을 묻어두고
지금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의 배를 타고 삼도내 건너
더는 부끄러운 어른들, 추악한 마피아가 없는
깨끗한 하늘나라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국화꽃 무덤 양쪽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위한 빈자리가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물결처럼 넘치는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
“우리가 죄인이다. 어른들을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목을 내밀며 외쳐보지만 모두가 너무 때늦은 회한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여기서는 휴대폰 벨소리 소음 들리지 않고
인증샷 올리는 경박한 사람 하나 없어
슬픔의 무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의 가치를 가르쳐 주며
머리 숙인 참회와 마음으로 전해지는 위로의 표정들로 하여
이제사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대한민국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선물입니다.
염치없이 바라기는,
아직도 이땅 위에 남아있는 선한 눈빛과
두 손 모은 그들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하늘나라로 가는 아이들과 몸부림치는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가여운 영혼들에게
그리고 슬픔에 잠긴 그대에게
글쓰는 일조차 사치가 될까봐 그늘에 숨어 편지를 띄웁니다.
- 2014년 5월 5일 안산 단원에서 朴水鎭 합장
<추신> 분향소 입구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마스크를 한 채 힘든 몸으로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통해 원혼을 달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