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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선장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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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진 작성일 14-05-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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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선장에게 고함

              朴 水 鎭(시인)


우리는 모두가 선장입니다
끝까지 나를 일으켜 세워
내 가족과 모임과 학교와 회사와
한 나라, 한 시대를 책임지고
목적지 항구에 이르게 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진 선장입니다.

그 짐이 너무 무겁다고
한때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
살아도 죽은 부끄러운 목숨 너머로
아이들이 울고
세상이 흔들리고
온 우주가 멀미를 합니다

내가 탄 배가 낡았다 해도
이끌어야 할 선원이 서툴고 돌아앉아도
나를 믿고 나를 다독이고 나를 채찍질해
거센 물살 헤치며 망망대해 건너가
안전한 항구에 배를 닿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 승객 내린 빈 선실에 홀로 남아
‘잘 사는 일이 잘 죽는 길’이라고
하루의 항해일지를 꾹꾹 눌러 쓰면서
저 높은 곳으로부터 下船 명령 내려질 때까지
정자세로 앉아 묵묵히 기다려야 할
우리는 모두가 한 배의 선장입니다.